[죽음 -루게릭병] 모리의 마지막 수업 -말기환자의 단상
다음 글은 루게릭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 담담하게 쓴 사회학교수 모리의
책 '모리의 마지막 수업'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무너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슬픔으로 관조하는 듯, 어떻게 죽어야 그래도
좀 나은가를 가슴아프게 적고 있습니다. 중병환자와 가족들이 읽으면 공
감하실 수 있고, 인생을 깊이 생각하는 분들께 권합니다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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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내게 중요한 것을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지." 09
천식을 앓고 난 뒤 한 말
"이 천식이라는 놈 때문에 난 죽음의 공포로부터 나 자신을 조금 멀리 떨어
지게 하는 법을 배웠다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천식이 심해질 때면 죽음의 공포가 거대한 파도처럼
코 앞까지 밀려오지. 그 공포와 대적하면서 나는 공포 자체로부터 나를 피신
시키는 방법을 배웠다네." 12.
언제라도 당신의 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십시오.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훨씬 작은 충격으로 그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슬픈 육체 중에서 25.
1994년의 어느 날, 나는 내가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루게릭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이제 곧 내 몸의 각 부위들이 서서히 굳어져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의사의 진단을 받은 뒤, 나는 우선 나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죽음으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삶 쪽에 남을 것인가?'
사형선고와 같은 진단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가치도 없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쉽사리 남은 삶과 세상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 결국 나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남은 삶 자체가 아무리 끔찍할지라도, 쉽사리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주어진 시간 동안만이라도 사
는 것처럼 살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최선을 다해 보는거야."
지금은 혼자 힘으로 식사를 하는 일조차 힘이 들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면도를
할 때나 식사를 할 때, 나는 손을 얼굴까지 들어올릴 수가 ㅇ벗습니다. 마치 손
에 커다란 돌덩이가 매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27.
우리가 잃어버리게 될 것이 걷는 능력이든 말하는 능력이든, 아니면 이성적인
판단 능력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런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
야 합니다. 실제로 그때가 오면,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해 질 것입니다.30.
육체의 배신
최근에 나는 의학박사인 알렉산더 로웬이 쓴 '육체의 배신;'이란 책을 읽었습니
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가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고, 아니면 최소
한 언제나 최고의 컨디션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삽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대로 육체가 움직여 주지 않을 때,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육체
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꽃도 시들고 나무도 언젠가는 쓰러집니다. 이제 당신의 홀로 설수 없게 된 육체
와 당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31
처음 다리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땅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상황이 얼
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동생과 함께 있었습니다. 동생은 내가 침술 치료를 받으로 다니는 건
물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나는 마치 두 다리가 튼튼한 사람처럼 성큼 차에서 내
려섰습니다. 사실은 다리에 전혀 힘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지팡이를 지니고 다
니기는 했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지팡이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냥 땅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뒤로도 몸을 움직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도 몸을 움직이
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하찮은 일을 하는데도 예전보다 훨신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몽을 움직이는 법을 익혀야
할 때입니다. 33.
말을 하다가 문장 중간에서 아주 적절한 어떤 단어를 써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그
런데 나는 그 단어를 생각해 낼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주 커다란 좌절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일부러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쓰지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다보면 대개 그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이미 이러한 경험을 여러 번 했기에 이제는 머지않아 그 단어가 저절로 떠오
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지금' 그 단어를 생각해
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 고집만 버린다면 분노와 좌절감은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습니다. 물론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47
내가 생각하기에 슬픔을 넘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 내키는 대로 실컷 슬퍼하
는 겁니다. 예컨대 잃어비린 것이 못내 아쉽다면 큰 소리로 울수도 있을 겁니다.
소리내어 우는 것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가슴에 맺힌 감정은 풀어주어야 합니다.
슬픔을 한 번 쏟아 낸다고 해서 결코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울고 싶고, 슬퍼하고 싶고,
흐느끼고 싶다는 생각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그럴때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눈물과 상실감, 고통과 공허함을 맘껏 느껴야 합니다.
몇 번이고 그런 슬픔을 다시 느끼십시오.
나는 요즘 부쩍 자주 웁니다. 눈물을 조금 흘리다 그칠 때도 있고, 펑펑 울 때도 있고, 혼
자 있을 때도 울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도 웁니다. 최근에 나는 슬픔도 삶에 경
의를 표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몇년 전에 심리치료 과정에서 겪었던 일 때문에 이미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 내게 효
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
그때 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난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통곡을
했습니다. 그건 한참이나 계속되었고 몇시간동안이나 울었습니다. 멈췄다가 다시 울기
를 몇번씩이나 반복해가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많이 울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습니다. 나중에야 나는 그것이 내 정신의 수준을 일시에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강렬한
체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66.
[통곡]
병이 진행됨에 따라, 나는 점점 더 많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어디를 가든지 나는 다른 사람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야 합니다. 음식을 먹는 것도 목
욕을 하는 것도,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는 것도 모두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할 수가 없
습니다. 예전에는 혼자서 해냈던 그 수많은 일들, 내삶의 일부로서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
했던 그 일들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나를 위해서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남에게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정신은 아직 독립적이며 분별
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125.
자신과의 거리두기
자기 지신의 목격자가 되십시오. 자신의 육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상태를 관찰하는
객관적인 관찰자로 행동하십시오.
몸이 아플 때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이자, 동시에 그런 과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관찰자로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자기를 관찰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한가
지 방법은 자기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뒤로 물러나서 그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
보는 방법입니다. 이를 흔히 '타인의 역할 떠맡기'라고 부릅니다.
조지 하버트 미트는 자신의책' 정신, 자아, 사회'에서 이런 종류의 역할 떠맡기를 제안했
습니다...내 자신을 바라볼 때, 나는 때대로 내가 혼자서는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가끔은 나 자신이
현명한 노인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일을 바라보듯이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라
봅니다.
어딘가 다른 장소로 자신을 이동시키는 것도 눈앞의 경험과 거리를 둘 수 있는 방법입니
다. 명상등이 그런 방법 중 하나죠. 163.
파도는 해안에 부딫쳐 사라지지만, 바다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류의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파도가 아니라 바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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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모리 슈워츠(Morris "Morrie" Schwartz, 1916년 12월 20일 - 1995년 11월 4일)
부모는 러시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이었다. 어린 시절을 뉴욕 빈민가에서 보냈다. 어려움
속에도 학업에 정진해 브랜다이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됐다. 이 대학에서 35년간 후학
들을 가르쳤다. 동료와 함께 쓴 <정신병원>은 사회심리학 고전으로 불린다.
1994년 루게릭병에 걸려 1995년 11월 4일 숨을 거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TV에 출연,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모리의 마지막 수업
모리 슈워츠| 이건우| 일리 |2009.03.18
죽음 앞에서도 모리는 위축되지도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다. 그는 병마와 싸우며 죽음의
진정한 의미와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남은 시간을 바치기로 했다. 《
모리의 마지막 수업》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다. 여기에는 한 인간이
가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영혼을 울리는 맑은 목소리들이 담겨 있다.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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