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곡차(穀茶) - 조지훈의 주도의 길
스님들의 은어. 술을 돌려 말할 때 쓴다. 말 그대로 '곡식으로 만든 차'라는 의미인데,
막걸리와 같은 대한민국의 전통술은 거의 곡식으로 만든다.
조선시대의 승려 진묵대사가 술을 마시다가 겸연쩍어져서 차(茶)라고 부르게 된 것
이 어원이다.
진묵스님은 "마셔서 정신이 몽롱하게 취하면 술'이고, 마신 뒤에도 정신이 맑으면 '곡
차'라고 했다. 그에겐 막걸리가 곡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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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주도(酒道)의 길
술을 마시는 데도 급수와 단이 있다고 논하였다.
술꾼들은 술잔을 짝으로 맞추어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일러 주도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주불쌍배(酒不雙j杯)라 했다.
한잔 술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일무(一無)이고,
석잔 술은 좀 적을 듯하여 삼소(三少)요,
다섯 잔이 적당하니 오적(五適)이라 했다.
일곱 잔은 좀 과한 듯하니 칠과(七過)요,
아홉 잔을 마시면 취한다고 구취(九醉)라 한다.
왜 홀수로 술을 마시는가는 음양오행과 관계가 있다.
우주의 모든 현상은 음(陰)과 양(陽)의 소멸과 생성으로 설명되는데
짝수는 음이요 홀수는 양으로 동양권에서는 홀수를 길한 숫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술꾼에게도 급수가 있다.
시인 조지훈(趙芝薰 1920~1968)의 주도유단(酒道有段)은 꽤 소문이 난 분류다.
9급은 부주(不酒)니 술을 아예 안 먹는 사람,
8급은 외주(畏酒)니 술을 겁내는 사람,
7급은 민주(憫酒)로 취하는 것을 민망해 하는 사람,
6급은 은주(隱酒)로 술을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으로 여기까지는 초보단계다.
5급은 상주(商酒)로 사업 때문에 마시고,
4급은 색주(色酒)로 성생활을 위해 마시고,
3급은 수주(睡酒)로 잠을 자기 위해 마시고,
2급은 반주(飯酒)로 밥과 함께 마시는 사람인데,
술을 마신다고 하면
1급인 주졸(酒卒)의 단계로
술의 진경을 배우는 학주(學酒)의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초단은 애주가(愛酒家)가의 반열에 들어서 본격적 주도(酒道)의 길에 접어들며,
2단은 기주(嗜酒)로 술의 아름다움(美)에 접어든 주객(酒客)에 해당하고,
3단은 탐주(耽酒)로 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을 말한다.
4단은 폭주(暴酒)로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 일명 주광(酒狂)이라고도 한다.
5단은 장주(長酒)인데 주선(酒仙)의 경지로 그야말로 술의 고수(高手)라 하고,
6단은 석주(惜酒)로 술을 아끼고 인정(人情)을 아끼는 사람으로 주현(酒賢)이며,
7단은 낙주(樂酒)로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으로 주성(酒聖)의 경지라면,
8단은 관주(觀酒)로 술을 보기만 해도 즐거워하되 이미 더 마실 순 없는 사람으로 주종(酒終)에 이르렀고,
9단은 폐주(廢酒)니 술과 함께 떠나간 사람을 뜻한다.
9단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급수와 단을 논할 수 없는 주신(酒神)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을 한번쯤 생각하면서 술은 즐겁게 마시되
건강을 지키며 분위기만 낼 정도 적당히 즐기는 것이
그야말로 주도(酒道)를 터득한 진정한 주승(酒勝,술을 이긴 사람)이 아닐런지요.
-발췌출처 : 한밤의 음악편지
http://blog.ohmynews.com/joasay/467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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