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8.

[사랑예화] 엘리베이터의 글




[사랑예화] 엘리베이터의 글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밀물과 썰물처럼 아침에 사람들을 세상바다로 
밀려보냈다가
저녁에 받아들입니다. 비단 모래 해변처럼 낭만이 뚝뚝 드는 곳은 아니라도 
인정이 교차되고 남과 내가 공기를 섞어 마시는 곳입니다. 
어느새 입주한 지 3년이 다되어 가는데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잘 모릅니다. 
연령층이 다양해 자주 섞일 일이 드뭅니다.

저는 어느 날부터 좋은 시나 짧은 글을 예쁘게 꾸며 엘리베이터에 붙이기 시
작했습니다.
붙이자마자 통째로 없어지기도 하고 컴퓨터에 댓 글을 달 듯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구러 1년이 흐른 어느 반상회 날, 사람들이 요즘에는 왜 글을 올리지 않
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답은 다른 사람들이 해주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자기 남편이 주례사를 쓰다가 나가는 중에 엘리베이터의 글을
 만나게 되어, 다급한 김에 통째로 뜯어가게 되었는데 다시 붙일 수가 없었
다고... 그래서 그 글을 직원들 훈화에도 썼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무심결에 벽에 무엇이 
붙었는지 챙기게 된다고... 베껴다 동창회 망년회 날 낭독하기도 했다고...

 최근에 이사온 사람은 이 동네 참 멋진 동네라고, 정말 잘 이사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만 울 뻔했습니다.
 
주부편지 0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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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뿐만아니고 잠시 쉬거나 기달릴 때 벽의 글들은 심심거리
뿐만 하니라 조그만 감동을 주기도한다. 요즘엔 등산로며 정류장, 어디
안붙은 곳이 없을 정도로 시와 그림들이 풍성하게 붙어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좋은 글 올린다고 관리아저씨가 문제삼지는 않겠지?


[그렇다고 돈에다 낙서하면 안되죠, 처벌받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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